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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숙련자는 아쉽고 입문자에게 적당한, 스마일게이트 '로건'

게임메카 안민균 기자 2019-07-15 18:57:30

7월 5일, 국산 VR 액션게임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이 출시됐다. 간만에 제대로 된 VR 신작이 출시됐다는 것도 기쁘지만, 해외가 아닌 국내 개발사 스마일게이트에서 제작했다는 점이 의미가 깊다.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은 중세 유럽풍 세계를 배경으로 ‘블랙스톤’이라는 성에 재화를 훔치기 위해 잠입한 도둑 ‘로건’의 이야기를 다뤘다. 경비병을 피해 숨고, 필요하면 암살하는 짜릿한 잠입액션을 VR로 실감나게 선사한다. 말만 들었을 땐 VR 버전 어쌔신크리드, 아니 좀도둑크리드라는 느낌이 강하다. 과연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은 어떤 게임일까? 게임메카가 직접 플레이해봤다.

▲ VR 잡입액션 '로건: 씨프 인 더 캐슬' (사진제공: 스마일게이트)

숨바꼭질의 원초적인 재미 잘 살렸다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은 정말 정직하다. 플레이어는 타이틀 그대로 ‘로건’이라는 도둑(씨프)이 성 안에 잠입(인 더 캐슬)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VR로 즐기게 된다. 게임은 간단하다. 성을 지키는 경비병을 피해 곳곳에 놓여 있는 재화를 훔치는 것이다. 재화는 컨트롤러를 가져다 트리거를 쥐면 마치 실제로 손으로 쥐듯이 들어올릴 수 있다. 훔친 재화는 돈으로 환산되며, 돈은 스테이지 클리어 후 점수 역할을 한다.

경비병은 플레이어의 움직임과 소리에 반응한다. 맡고 있는 경비 구간을 빙빙 돌며 순찰하는데, 플레이어를 발견하거나, 특정 소리를 들었을 경우 몸에 빨간 테두리가 생기며 경계 태세를 취한다. 이 경우 근처 벽이나 장식물 뒤에 재빠르게 숨어야 한다. 

경비병 시야가 생각보다 많이 좁아서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 대놓고 서있는 것이 아니라면 잘 걸리진 않는다. 하지만 VR 헤드셋을 통해 전달되는 점점 커지는 발소리, 바로 앞을 지나가는 경비병의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바라보고 있자면 어느새 현실에서도 적극적으로 몸을 숙이거나 기울이며 숨게 되는 것이 이 게임의 묘미 중 하나다.

▲ 시야가 그렇게 넓지 않아 대충 숨어도 들키진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렇다고 대놓고 숨거나 소리를 내면 걸린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노말 난이도 기준 별도로 경비병 위치를 표시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귀를 기울여 대화, 발걸음, 문 여닫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듣고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허겁지겁 재화를 훔치고 있는데 예고 없이 경비병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어 아슬아슬하게 숨는데 성공하는 짜릿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VR을 통해 실감 나게 전달되기 때문에 숨바꼭질의 원초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간간히 경비병을 암살할 수 있는 기회도 찾아오는데, 그런 장소에는 주변에 각목이나 도자기, 촛대 등 손에 들고 내려칠 만한 흉기가 놓여져 있다. 컨트롤러를 든 손을 뻗어 조용히 흉기를 집어 들고 경비병 뒤로 다가갈 때, 들키진 않을까 하고 싸늘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리고 뒤통수를 가격할 때 한꺼번에 밀려오는 쾌감은 말로 이룰 수 없다. 단, 현실에서 본인 앞에 무언가 있진 않은가 꼭 확인하고 손을 휘두르자. 쾌감이 현실 모니터 타격감으로 바뀔 수 있다.

▲ 도자기를 집어들고 경비병 뒤로 다가가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암살 성공, 열쇠를 챙기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도둑질할 재화는 생각보다 눈에 잘 띄며, 상당히 많이 놓여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눈에 보여도 귀찮아서 주우러 가기 싫을 정도다. 재화는 많이 모을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게임 클리어 여부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꽤 아슬아슬하게 경비병을 따돌려야 하는 장면일 경우 알면서도 지나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업적 해금을 원한다면 다소 귀찮더라도 구석구석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 재화는 먹지 않아도 큰 영향이 없으나, 스테이지마다 고정적으로 세 가지 ‘보물’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보물은 각각 반지, 빗, 메달 모양을 하고 있으며, 황금색으로 빛나는 일반 재화와 다르게 무지개색으로 빛난다. 모두 모으면 업적을 달성할 수 있고, 새로운 모드를 해금할 수 있다.

▲ 좌측 '보물'과 우측 일반 재화 (사진: 게임메카 촬영)

빠져드는 스토리, ‘좀도둑크리드’ 아닌 ‘명탐정 로건’이었다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이 재미있는 것은 숨바꼭질만이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펼쳐지는 도둑 ‘로건’과 여기사 ‘빅토리아’가 펼치는 탐정극이 꽤나 볼만하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블랙스톤’ 성의 영주 ‘콘라드’는 어느 날 집무실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여기서 영주 ‘콘라드’ 살해 사건 용의자로 여기사 ‘빅토리아’가 지목되는데, ‘빅토리아’는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도망치는 도중 우연히 만난 도둑 ‘로건’에게 진범을 밝힐 증거를 훔쳐달라고 의뢰한다.

▲ 도주 중인 여기사 '빅토리아' (사진제공: 스마일게이트)

▲ 도둑 '로건'과 '빅토리아'의 만남 (사진: 게임메카 촬영)

‘로건’은 도둑치곤 능력이 비범하다. 컨트롤러를 들어올려 손으로 눈을 가리면 화면이 회색으로 물들며 ‘도둑의 눈’을 발동시킬 수 있다. ‘도둑의 눈’은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또 어떤 물건을 훔쳐야 하는지 안내해준다. ‘더 위쳐’ 시리즈의 ‘위쳐 센스’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재미있는 것은 ‘로건’의 뛰어난 추리 능력이다. ‘도둑의 눈’으로 각종 단서를 발견한 ‘로건’은 마치 탐정처럼 사건을 추리하기 시작한다. 이 단서는 어떻게 생긴 것일까? 단서를 만든 인물의 행동은 어땠을까? 등 ‘로건’의 생각이 독백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전해지는데, 꽤 흥미진진하다. ‘로건’이 추리해 낸 내용은 화면에 푸른색 홀로그램으로 남아 다음 단계로 넘어갈 단서로 활용된다.

▲ '로건'의 능력 '도둑의 눈' 발동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침대에 누워 있는 그는 과연 열쇠를 어디에 뒀을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기대한 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던 ‘로건’ VR

‘로건: 씨프 인 더 캐슬’에 대한 총평을 내리자면, 어린 시절 즐겨 했던 숨바꼭질과 같은, 팽팽하면서도 짜릿한 경험을 가상현실을 통해 잘 구현해낸 게임이다. 만지고, 잡고, 휘두르는 등 손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는 등 일반적인 VR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기본은 다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다. 이제 막 VR에 입문한 게이머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게임에 상호작용 요소가 너무 단순하고 적다. 훔칠 수 있는 재화는 매번 같은 모양, 같은 방법으로 습득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 중반쯤 가면 찾는 재미를 느낀다기보단 점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찾게 된다. 재화 이외 만질 수 있는 오브젝트도 얼마 없고, NPC와 상호작용도 부족하다. 따라서 VR 숙련자에게는 그다지 게임이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재화 수를 좀 줄이고 한번을 훔쳐도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절도 기믹을 추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어딜가든 고개만 돌리면 재화가 눈에 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경비병을 암살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다. 암살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면 암살할 수 없고, 반대로 암살하지 않으려 해도 무조건 암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많은 잠입액션류 게임이 그래왔듯, 순전히 잠입만으로 클리어하는 방식, 암살을 통해 화끈한 플레이를 즐기는 방식 등 여러 선택지를 제공했으면 보다 다채로운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에 조작이 제한돼 있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점도 한몫 한다. 당장이라도 들킬 것 같은 급박한 상황, 현실의 나는 당장이라도 달리고 싶은데 캐릭터가 좀도둑이라서 그런지 컨트롤러를 눌러 이동하면 살금살금 걷기만 하고 뛰질 않는다. 시점 전환도 불편하다. 버튼을 누르면 마치 각도기로 잰 것처럼 정해진 만큼 시점이 돌아간다.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다.

만약 자연스럽고 재빠르게 움직임을 구현하고 싶다면 현실에서 그만큼 움직임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반 가정집 기준 그런 움직임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방은 보통 없다. 결과적으로 생각대로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으니 괴리감이 생겨 멀미가 발생한다. 대략 40~50분 정도 게임을 하고 나면 멀미 때문에 쉬어야 하는 수준이다.

가장 실망했던 것은 뜬금없이 ‘무전기’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로건’과 ‘빅토리아’는 서로 떨어진 곳에서 대화할 때 ‘무전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무거운 강철 갑옷을 입은 경비병이 등장하고, 총과 미사일이 아닌, 검을 휘두르며 싸운다. 통화 수단적인 무언가가 꼭 필요했다면, ‘로건’이 ‘도둑의 눈’이라는 마법 같은 능력을 사용하는 이상 ‘텔레파시’ 같은 판타지 요소를 조금 섞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 뜬금없이 등장한 무전기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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