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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의 향수가 느껴진다, 페리아연대기

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2019-05-13 18:50:10

'페리아연대기'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게임 공식 페이스북)
▲ '페리아연대기'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게임 공식 페이스북)

8년만이다. '페리아연대기'가 대중들 앞에 첫 선을 보인 이후 1차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하기까지 흐른 시간 말이다. 당초엔 2013년 첫 비공개 테스트를 실시하고 2015년 정식으로 론칭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토록 오랜 시간 유저들을 기다리게 만든 것이다. 보통 아무리 긴 시간을 들여서 게임을 만들더라도 5년을 넘기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페리아연대기'는 굉장한 특이 케이스인 셈이다. 

오랜 담금질 끝에 공개된 '페리아연대기'는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자랑했다. TCG 버전 '포켓몬스터'를 MMORPG에 결합한 듯한 전투 방식은 분명 신선했으며, 자유로우면서도 물 흐르듯이 깔끔한 생활 콘텐츠와 비선형적인 퀘스트 구조 등 새로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게임의 기본적인 요소인 타격감과 UI, 최적화 등의 완성도가 떨어져 게임의 재미를 크게 반감시킨 부분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높은 자유도를 위해 설계된 생활 콘텐츠

'페리아연대기' 첫 인상에선 '마비노기'가 바로 연상됐다. 만화 같은 그래픽에 동화풍 스토리, 높은 자유도를 지향하는 게임 시스템 등, '마비노기'의 정신적 후속작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생활 콘텐츠를 통한 이벤트가 메인 이벤트와 동급으로 다뤄진다는 점과 별다른 재료나 경험치 없이도 채집과 수렵이 자유롭다는 점에선 '마비노기'가 절로 떠오른다. 최근 MMORPG에서 생활 콘텐츠를 진행하려면 재료라던가 장비 등의 제약이 있고, 경험치도 따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본 작의 생활 콘텐츠는 매우 자유롭게 구성된 편이다.

모든 디자인이 동화풍이란 점이 인상깊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모든 디자인이 동화풍이란 점이 인상깊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반적인 구도나 설정에서도 '마비노기'가 떠오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전반적인 구도나 설정에서도 '마비노기'가 떠오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비주얼적 측면에서도 마비노기의 향수가 느껴진다. '페리아연대기'는 게임 내 전반적인 색감을 파스텔 톤으로 꾸며놨으며, 캐릭터와 주요 NPC는 물론 각종 오브젝트까지 모습 모두 동화풍으로 그려진다. 이 부분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단계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데, 처음 캐릭터 생성 시 프리셋을 클릭해보면 그야말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등장할 법한 다양한 디자인의 캐릭터를 볼 수 있다. 원한다면 자기가 꿈꾸던 만화 속 인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수준. 여기에 카툰렌더링 기법이 더해져 게임 전반적인 외형은 상당히 친숙하고 따뜻한 감성을 자아낸다. 

기본적인 스토리도 이런 일관적인 분위기로 일관된다. '페리아연대기'의 스토리는 정숙의 여신이 창조한 인간과 혼돈의 신이 만든 몬스터, 일명 '키라나'가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보통의 경우 두 세력이 대립한다는 내용을 내세울 법도 한데, 본 작은 인간과 키라나가 격의 없이 함께 모여서 동등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세계를 그린다. 실제로 '페리아연대기'에선 인간과 키라나가 계약을 맺과 같이 싸울 수도 있고, 의복을 만들 수도 있고, 같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도 한다.

▲ 옛날에 신화의 전진이 이런 머리 하고 다녔던걸 기억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보기만해도 답답한 앞머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헤어스타일 설정 폭은 꽤나 넓은 편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정이 뚝 떨어진다는 충격적인 뜀걸음까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뜀걸음 모션은 다소 충격적이긴 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런 큰 갈등 없이 평화로운 배경은 게임 전반적인 자유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 초반에 받는 퀘스트는 크게 동료 키라나를 늘리는 것과 마을 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으로 나뉘는데, 두 퀘스트 간의 비중과 순서는 유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애초에 게임 내에 유저를 몰아치는 위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메임 스트림에서 전투를 배제할 수 있고,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퀘스트를 유저가 골라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기존 MMORPG에 비해서 상당히 섬세한 레벨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 NPC와 대화를 나누는 재미마저 쏠쏠한 게임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양성으로 승부하는 전투 콘텐츠

본 작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키라나를 이용한 전투 시스템에선 TCG버전 '포켓몬스터'와 최근 나온 '몬스터 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등의 원조인 '믹스마스터'가 떠오른다. '페리아연대기'엔 따로 스킬이 없는 대신, 영기를 소모해 계약한 키라나를 전투에 활용할 수 있다. 키라나는 직접 소환돼 유저를 보조하는 유형부터, 유저에게 버프를 걸어주기도 하고, 유저가 키라나로 변신해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는 유형도 있다.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몬스터의 능력을 활용해 전투를 벌여야 한다.

키라나의 능력을 이용한 전략적인 전투는 상당히 재밌는 편이다. 체력과 방어력이 높은 키라나를 소환해 적의 공격을 막게 하고, 본인은 공격형 키라나의 기술을 사용해 적을 공격한다던가, 방어력과 힘, 스피드를 올려주는 버프를 걸고 적 공격을 흡수해 궁극기를 모은 뒤, 궁극기와 함께 강력한 몬스터로 변신하는 키라나 기술을 발동시켜 전투 양상을 단번에 역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키라나 종류는 매우 많고 능력치도 다 다르기 때문에 전투의 다양성도 넓게 열려있다.

전투는 각자 소지한 키라나를 소환해 명령을 내려가며 싸우는 것이 기본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전투는 각자 소지한 키라나를 소환해 명령을 내려가며 싸우는 것이 기본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양한 종류의 키라나를 구할 수 있으니 수집의 재미도 쏠쏠한 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다양한 종류의 키라나를 구할 수 있으니 수집의 재미도 쏠쏠한 편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보통 전투를 진행할 때만 만나게 되는 키라나지만 이를 살아있는 생명체이자 동료라는 느낌이 들게 만든 다양한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계약한 키라나는 유저의 의식을 구현한 가상의 세계 '아르키아'에서 살아가게 되는데, 여기서 대화를 나누고 선물을 주거나 같이 식사를 하면 키라나와의 유대감이 높아져 더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다. 더불어 이 키라나들은 다른 NPC와 마찬가지로 유저가 다가가면 자동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 생동감이 넘쳐나는 편이다.

이 외에도 개성이 넘치는 인스턴스 던전이나 대련장, 몬스터 디펜스 등의 다양한 모드가 준비돼 있어 다양한 방식과 목적이 전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직 1차 비공개 테스트라 그런지 전투와 관련된 주요 미션 대부분이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성장만 잘 되어있다면 클리어에 문제가 없도록 구성돼 있다. 생활에선 높은 자유도로 승부했다면, 전투에선 다양한 콘텐츠와 키라나 수집 요소로 승부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키라나와 계약을 맺는 과정이 상당히 감동적으로 연출돼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키라나와 계약을 맺는 과정이 상당히 감동적으로 연출돼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같이 가족처럼 식사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같이 가족처럼 식사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없다고 봐도 무방한 타격감

MMORPG에서 쉽게 보기 힘든 높은 자유도와 신선한 전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게임에 기본이 되는 요소들은 전반적으로 큰 부족함이 느껴졌다. 특히 전투 재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타격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먹으로 때리건, 파이어볼을 날리건, 칼을 휘두르건 적에게 맞는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피격 모션은 커녕, 타격 사운드, 피격 대미지 출력도 눈에 잘 안 들어오게 되어 있다. 그냥 캐릭터가 움직이는데 적 HP가 자동으로 깎이는 수준이다.

이 타격감 문제는 키라나가 없는 초반부의 진행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튜토리얼부터 초반 주민 등록 퀘스트 전까지 유저는 1~2마리 정도의 키라나만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때 전투를 진행하게 될 경우 유저는 기본 공격만 사용하게 된다. 이 기본공격은 모션도 매우 단조롭고 기술 이펙트는 당연히 없다. 때문에 유저들 입장에선 키라나 4마리를 데리고 화려한 전투를 펼치기 전까지 형편없는 타격감과 심심한 모션으로 최대 2시간을 버텨야 하는 셈이다. 

초반에 튜토리얼 과정에 만나는 키라나를 평타로 잡다보면 게임을 끄고 싶을 지경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초반에 튜토리얼 과정에 만나는 키라나를 평타로 잡다보면 게임을 끄고 싶을 지경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UI가 상당히 불친절한 것도 문제다. 특히 맵 UI가 상당히 불편한데, 본 작에선 미니맵과 월드맵에 길과 길이 아닌 곳, 지하와 지상의 구분이 전혀 없어 길 잃기 딱 좋다. 이 밖에도 최고사양, 권장사양 할 것 없이 키라나 4마리 소환하면 프레임이 저하되는 최적화 문제라던가, 시도때도 없이 발생하는 버그는 첫 번째 테스트임을 감안해도 심각했다. 게임의 핵심 시스템이라고 표방한 크래프팅 모드는 아직까지도 '마인크래프트'에 비교하기에 미안할 만큼 아주 간단한 것만 가능한 수준으로 구현되어 있었으며, 그마저도 하루에 한 시간 밖에 즐길 수 없었던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PS2 수준의 사물 그래픽도 충격적이라면 충격적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전체적인 그래픽과 사물 그래픽이 따로 노는 느낌도 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부실한 기초공사가 문제

'페리아연대기'는 전반적으로 뛰어난 상상력과 재밌는 시스템을 탄탄한 기반 없이 마구잡이로 쌓아올린 느낌이 강한 작품이었다. 높은 자유도와 그걸 뒷받침해주는 시나리오와 퀘스트, 다양한 콘텐츠와 키라나 등은 분명 매력적인 성이다. 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내년 정식 출시를 노리는 '페리아연대기'가 '사상누각'이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선 기본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 '페리아연대기'가 사상누각이 되지 않으려면 기초를 부단히 다듬을 필요가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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