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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이저, 불닭 소스맛 스타듀 밸리

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2019-05-03 22:36:44

스팀 인기 게임 '포레이저'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팀 인기 게임 '포레이저'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기자기한 2D 도트 그래픽이 인상적인 인디게임 하나가 스팀에서 연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유저평가를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게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지난 4월 19일 출시된 ‘포레이저(Forager)’다.

‘포레이저’를 만든 개발자 홉프로그(Hopfrog)는 게임 개발에 있어 ‘스타듀 밸리’, ‘젤다의 전설’, 그리고 ‘테라리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유명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게임을 제작했다는 표현은 흔히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작품에 잘 반영됐냐 하는 것은 별개다. 그런 의미에서 '포레이저'는 위 게임들의 장점을 잘 반영한 게임이다. 단순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높은 자유도를 바탕으로 건설, 채집, 제작, 던전 탐험 등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춰 플레이 하는 내내 질릴 틈을 주지 않았다.

▲ '포레이저' 공식 소개 영상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채널)

다양한 재미가 게임 하나에 담겼다

개발자 홉프로그는 ‘포레이저’를 방치형 게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각종 기반이 마련된 게임 후반부에나 적용되는 이야기다. 게임을 시작하면 곡괭이와 가방 하나만 지닌 작고 귀여운 캐릭터가 작은 무인도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이후로는 끊임없이 자원을 채집하고 건물을 지어 섬을 개척해 나가는 바쁜 일정이 기다린다.

‘포레이저’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나만의 섬을 개척하는 과정 자체다. 처음 시작하는 작은 섬에서 시작해 최대 49개까지 섬 숫자를 늘릴 수 있으며, 각각의 섬 형태와 생성되는 순서 등 모든 것은 무작위다. 49개 섬을 모두 구입해 내 땅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매립을 통해 모든 섬을 이어 하나의 거대한 대륙으로 만드는 등 맵 자체를 내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푼한푼 알뜰하게 코인을 모아 섬을 구매해 내 땅으로 만들다 보면 현실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부동산 재벌이 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코인을 모으기 위해서는 자원을 채집하고 건물을 지어 자원을 가공해야 한다. 건설과 제작은 마치 주민만 없는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연상시키는데, 특히 ‘아노 1800’과 매우 유사하다. 용광로, 모루 등 가장 기본적인 생산건물부터 시작해 은행, 풍차 등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가며 수준 높은 공단(?)을 만들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건물들을 보기 좋게 계획적으로 배치하고 자원을 가공해 다양한 아이템을 만드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작은 섬 하나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작은 섬 하나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최대 49개 섬을 개척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최대 49개 섬을 개척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자원을 채집해 건물을 짓고 아이템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자원을 채집해 건물을 짓고 아이템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자원 채집은 핵앤슬래시 RPG 같은 호쾌한 매력이 있다. 자원 생산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게임 초반을 넘겨 땅이 넓어지면 잠깐 사이에 섬 곳곳에 철광, 금광, 나무, 꽃 등 다양한 자원들이 가득 찬다. 나중에는 자원들 때문에 이동이 어려울 정도다. 초반에는 곡괭이 성능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답답하지만, 불타는 곡괭이를 든 순간 얘기는 달라진다. 손에 든 곡괭이를 이용해 자원들을 무한정 썰면서 내달리면 시원한 손맛과 함께 엄청난 자원이 쏟아져 나와 가방을 두둑하게 채우는데, 의외로 이 부분에서 ‘디아블로 2’ 못지 않은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채집과 생산 외에도 즐길 거리는 넘쳐난다. NPC에게서 퀘스트를 받거나, 다양한 몬스터들이 있는 던전을 탐험할 수도 있다. 섬 곳곳에는 여러 가지 퍼즐 게임도 있으며, 텅 비어있는 박물관에 수집한 아이템을 기증해 박물관을 완성할 수도 있다. 도전과제와 같은 ‘위업’을 달성하면 스킨을 얻을 수 있는데, 다른 인디게임들의 패러디 요소가 숨어 있어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 같은 콘텐츠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만, 풍성한 보상까지 있어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정신없이 자원을 쓸어담다 보면 핵앤슬러시 RPG를 즐기고 있는 기분이 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정신없이 자원을 쓸어담다 보면 핵앤슬러시 RPG를 즐기고 있는 기분이 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NPC가 주는 퀘스트를 완료하면 짭짤한 보상을 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NPC가 주는 퀘스트를 완료하면 짭짤한 보상을 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양한 던전을 탐험할 수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다양한 던전을 탐험할 수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정말 빠른 자원 생성 속도, 바빠도 너무 바쁘다

위 설명을 들으면 얼핏 이 게임을 '스타듀 밸리'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만 ‘스타듀 밸리’의 평화로운 농촌에서 여유롭게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힐링 게임을 기대했다면, 전혀 다른 분위기에 당황할 것이다. 쉴 새 없이 천연자원을 채취하고 부글부글 끓어오르은 용광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공장, 자본주의의 상징인 은행 등이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산업도시 특유의 씁쓸한 맛이 느껴진다.

실제로 직접 플레이 해 보면 게임에서 농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초반에는 굳이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섬 곳곳에서 자생적으로 자라는 야생 농작물 채취만으로도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다. 대신 채광과 벌목은 쉼 없이 반복하게 된다. 석탄을 연료로 용광로를 계속해서 가동시켜야 하고, 후반부에 가면 공장까지 가동하게 된다. 섬을 빼곡하게 채운 이러한 산업시설을 보노라면, 왠지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파여진 땅, 우뚝 솟은 굴뚝을 보노라면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파여진 땅, 우뚝 솟은 굴뚝을 보노라면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포레이저' 특유의 빠른 자원 생성 속도는 이 게임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맵을 가득 채운 자원들을 채집하면서 핵앤슬래시 RPG 못지 않은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꽤 재밌지만, 장비 수준이 높지 않은 초반에는 채취 속도가 많이 느려 쉴 새 없이 채집 버튼을 눌러야 된다. 후반에는 채취 속도가 증가하지만, 맵이 초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지기 때문에 역시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때문에 ‘포레이저’는 비슷한 장르 다른 게임과 비교해 피로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실제로 섬 곳곳에서는 철광석, 금광석, 나무, 석탄, 버섯, 꽃, 가축 등등 수십 가지 자원이 끊임없이 생산되며, 이 중 광석이나 나무는 채취하기 위해 곡괭이를 수 차례 휘둘러야 한다. 그 와중에 갑자기 몬스터가 달려들면 피해야 하기 때문에 주위도 계속 살펴야 한다. 재료와 도구,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잠깐 생산시설에 들렀다 나오면 또 다시 맵을 가득 채운 수 많은 자원들을 볼 수 있다. 가방이나 창고에 공간이 부족하다면 채집한 자원을 처리하기도 마땅치 않다. 듣기만 해도 힐링과는 백만 광년 정도 거리가 멀어 보이지 않은가?


정신 없이 생성되는 자원을 채취하다 보면, 가방 공간이 모자르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정신 없이 생성되는 자원을 채취하다 보면, 가방 공간이 모자르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종합하자면, '포레이저'는 얼핏 ‘스타듀 밸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힐링이 아닌 내 안의 무언가를 깎아 가며 진행하는 게임이다. 단순히 ‘스타듀 밸리’ 느낌을 기대하고 게임을 시작한다면 적응하지 못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이 게임은 폭넓은 자유도와 다양한 콘텐츠라는 샌드박스 게임의 기본 소양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 여기에 귀여운 캐릭터 비주얼과 통통 튀는 OST가 매력을 더해 한 번 빠지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2만 500원이라는 가격 그 이상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게임이다.


▲ 업적을 달성하면 주는 다양한 부가 콘텐츠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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